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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의 천국 나만간 1부

 

 이 곳에서 봉사생활로 2년을 했으며, 그 2년 후에 우즈벡에 다시 왔다. 우즈벡에서 동부에 페르가나 계곡에 위치한 나만간은 그 녹지와 풍부한 물로 주위에는 밭으로 된 평야가 뻗어 있고 그 중심에는 4계절 내내 물이 흐르는 작은 강이 들어서 있다. 이제 곧 5월로 접어 들면 많은 과일들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싸고 맛있는 과일들. 못 사는 나라 중 하나로서 이 곳으로 파견되어 봉사생활을 하는 것이지만, 이 곳은 다른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풍요와 빈곤이 서로 공존하는 곳이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좋은 땅이 이 곳에 풍요로움을 가져 올 것 같지만 지금 현재의 모습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으스스 추웠던 겨울과 가을은 지나가고 이제 막..뜨거운 열기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앞으로 더울 테니 조심해라고 경고하는 듯. 그러나 이런 변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2년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나는 여전히 교통수단으로 다마스를 탄다는 것이다. 한국에 있다면 잘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라 생각 되지만 여기서는 다마스가 사람들의 주요한 교통수단이다. 이제 나는 다마스 구석구석이 익숙해 졌다. 처음 다마스를 타고 다녔을 때 타고 내리면서 머리를 많이 부딧치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게 언제였냐는 듯 아주 능숙하게 다마스 속으로 쏙 들어간다. 나는 이 곳에 와서야 다마스에 양옆으로 미끄럼 문이 2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마스에는 기본적으로 총 7명의 손님을 태울 수가 있다. 약 30분 정도 되는 거리를 다니면서 요금은 끝에서 끝까지가 300숨(약 300원 정도)이다. 나는 주로 200숨을 주고 학교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뒤에 3명, 중간에 3명 그리고 앞에 1명이 앉는다. 사람들이 꼭 붙어서 앉아야 하기 때문에 덩치가 큰 사람이 앉으면 꼭 끼여서 타야 한다. 두 덩치 사이에 앉게 되면 참 힘들다. 특히 여름에는 말도 아니다. 상상에 맡기겠다.

 다마스를 타면서 이 곳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다마스 타는 법 같은게 생겼다. 여자가 탈 경우에는 대부분 중간자리를 양보해주며, 남자들은 뒤에 들어간다. 그리고 서로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 그 자리는 바로 앞자리와 중간의 안 쪽자리다. 자리 차지에 대한 묘한 긴장감이 있기도 하다. 이제는 워낙 익숙해져서 그런지 알아서 척척 앉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한다.






 여기는 다마스가 정말로 많다. 도로에 서 있다면 약 1분 마다 적어도 2대의 다마스가 지나갈 것이다. 특히, 철수 시장이라고 하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데, 다마스가 줄을 서서 모여 있는 것을 보면 놀랄 것이다. 그럼 이 곳에 왜 이렇게 다마스가 많은 것일까? 다마스가 정말 편리한 교통수단이라서? 사람들이 다마스를 선호해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안디잔 대우 공장에서 만들어 지는 새 다마스의 가격은 이 곳사람들이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그럼 어떻게 어디서 구입을 한다는 것인가? 그 해답은 바로 한국에서 구입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우체국 표시가 있는 다마스가 나만간에 돌아 다니는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럼 어떻게 들어 오는 것일까? 그건 폐차할 차를 한국에서 아주 싼값(약 20만원정도)에 구입해서 콘터이너에 싫어서 수입해 와 약 5백만원 정도에 이곳에서 판다고 한다. 지금은 다마스가 너무 많아서 더 이상 팔릴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팔린다고 한다. 놀라운 일이다. ^^; 그럴 수 있는 것이 이 곳에서는 중고품을 수리해서 쓰는 일이 다반사다. 아주 자연스럽다. 한국 처럼 금방 새 것으로 바꿔 버리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다마스는 그 부품을 구하기가 싶다는 것이다.

 나의 하루는 다마스로 시작해서 다마스로 끝난다. 그래서 이곳 나만간을 나는 다만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마스 안은 특히 덩치가 큰 이곳 사람들에게는 너무 좁은 곳이라 다 타면 꼭꼭 사람들을 쑤셔 넣은 것 같은 모양이 되는데, 이 곳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잘 안씻는 습관으로 인해서 다마스 내에 서서히 퍼지는 냄새는 참 참기가 힘들다. 물론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서 그럭저럭 지내지만 여기에 처음 온 한국 사람이라면 심한 불쾌감을 느낄 것이다. 특히, 힘든 때는 요즘 같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기간인데, 나는 너무 더워 창문을 열면 이 곳 사람들은 춥다느니 건강에 안 좋다느니 하는 이유로 문을 닫으라고 요구한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나를 보면서 말이다. 그리고 중간자리에서 중간을 차지하고 있으면 정말 힘들다. 뒤에 등받이 할 곳도 없고 사방에서 풍겨오는 그 향취에 내 스스로 숨을 멈추고 싶어진다. 뭐 여기 사람들이 안씻긴 안 씻는데 그건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여자들도 그렇다. 무슨 풍습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곳 사람들이 먹는 음식과 날씨 탓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물이 깨끗하지 않기 때문에 과연 자주 씻는 것이 나에게 좋을까 하는 의심을 한 적도 여러번이다. 그래도 이 곳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고 있다. 그리고 순수하게 착하게.

 내가 만약 한국에서 다마스를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다마스를 볼 때마다 우즈벡에서의 생활이 생각날 것이다. 그리고 다마스를 타게 되면 나도 모르게 웬지 씩하고 웃게 되지 않을까? 오늘도 다마스를 타고 집에 갈 나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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